2005년 4월 25일 월요일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은 너무 피곤해서 - 게다가 친구들도 있어서 - 거의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이제부턴 순전히 나의 덜떨어진 기억력에 의존해서 써야해. @_@
전날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피곤함에 기절 상태로 자버렸는데, 너무 곤히 자서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도 무척 개운했어.
1층으로 내려가보니 오토바이맨(호텔 소속 가이드라고 해야하나...)들이 기다리고 있네.
히데는 벌써 새벽에 일어나 혼자 투어를 가버렸고 카오리와 나를 노린(?) 두 명의 오토바이맨이 우리를 맞이해주었어.
얼떨결에 나는 재키의 오토바이에, 카오리는 나오키의 오토바이에 올라탔지.
다행히도 나의 재키가 더 잘생겼고 말수도 적고(이거 중요) 친절했다. 후훗.
앙코르와트 3일짜리 티켓을 끊고 다시 쭈욱 달리니 마음을 설레게하는 대문이 나오네!
사실 아직도 사원 구도를 잘 모르겠어. 사원들끼리 이어져있는 건 분명한데 와방 길치인 내 머리 속엔 도저히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
앙코르톰으로 들어가는 입구. 갈 때 어리버리 지나쳐서 돌아올때 재키에게 부탁하고 잠시 멈춰서 찰칵.

사면이 얼굴이야. 이제 이런거 대따 많이 볼 수 있다.
앙코르톰이다...얏호.
맨 처음 우리를 압도한 것은 바이욘.

어처구니없는 사진 각도 때문에 돌무더기처럼 나왔지만 실제로는 멋있으셔.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반듯반듯한 네모문이 이어져있어요.

어느 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오 나의 여신님.

이런 벽만 보면 찰싹 달라붙어보고 싶어져.

같이 사진 찍지 않겠느냐며 수줍게 웃어보이던 아이.
이쁘게 한방 찍고 땡큐~하고 돌아서려는데 금방 바나나 우유 선전 속에 아이같은 눈빛으로 돈을 요구해.
저런 표정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적게나마 쥐어줬지만...
계속 같은 일을 당하다보니 외면할 수 있게 되더군. /흑
바이욘을 아주 살짝 봤을 뿐인데 벌써 배가 고파지고,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더워서 토할 것만 같아.
카오리의 상태도 나와 비슷.
결국 행복한 동의 하에 근처 식당으로 돌진!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식당 아주머니며 아가씨며 애들이며 할 것 없이 메뉴판을 들고 몰려온다...모야...무서워....
하지만 능숙한 카오리 덕분에 그 아수라장 속에서 디스카운트까지 받으며 1달러로 낙찰된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
식사를 기다리는 카오리의 뒷모습.
우리가 1달러 레스토랑이라고 명명한 이 곳은 이틀동안 즐거운 쉼터가 되어주었어.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고 아기도 너무 이쁘고 음식도 맛있고.

이쁜 아기. 아빠는 일본 사람이래. 1년 전에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하던데, 소식은 있는 걸까?
맛있다. 벌레가 나와도 살짝 버려주고 얌얌하는 센스! -_ -;;
이제 배도 부르고~ 시원하게 목도 축였으니 다시 사원을 향하여 고고! 고고!
카오리와 서로의 가이드북을 열심히 비교해보며 길을 찾았지만 여자들은 역시나 지도에 약한걸까.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 으헝.

이건 무엇이었을까.

피미야나카스. 계단이 너무 가파르고 날도 더워서 올라가는 건 엄두도 못냈어.

왕궁 터. 어디가 어떻게 왕궁 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음.
암튼 전쟁으로 대부분 소실된 것이라 하네.

코끼리 테라스. 정말이지 코끼리가 많아서 너무 좋아!


라이왕의 테라스 벽면. 또다시 찰싹 달라붙고 싶어졌어.(결국 달라붙어 한장 찍어버렸다네;;)
이쯤에서 다시 길을 헤메게 된 카오리와 나.
정처없이 걷다보니 주변에 단 한명의 사람도 없는 숲으로 와버렸어.
이상한 나라로 와버린 것 처럼.
숲 속의 정적.

마음에 쏙 드는 고요함. 아무리 늙어도 아름다운 모습. 구석진 곳에 있어 더욱 빛난다.
한바탕 땀을 빼고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했어.
카오리에게 화양연화 음악을 들려주었지.
다음에 가게 될, 앙코르와트, 그 곳에 가서 들을 음악이라고.
날 캄보디아로 이끈 영화의 테마곡이라고.
카오리가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동안 바람이 솔솔 불고 거짓말처럼 나비가 날아왔어.
반짝이는 햇살 속에 꿈결처럼, 나비가.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행복하더라...
자 그럼 이제 드디어 앙코르와트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