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 토요일
오늘은 왕궁 투어 하는 날.
미리 옴팡지게 걸을 각오를 하고.
각오를 뒷받침해줄 뒷심을 채우기 위해 든든한 아침 식사를~
버거킹이다~버거킹~ㅋㅋ

소스는 두가지 종류가 있어요~칠리소스와 케첩!-..-;;
이제 밥을 먹었으니 왕궁을 향해 출발해볼까~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일 뻔 했는데.
택시 아저씨가 Grand Palace를 못알아듣는다.
대략 난감...
그래서 일단 와트포부터 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와트포하면 역시나 거대한 와불상.

거대하신 부처님 머리

거대하신 부처님 발
커다랗고 넓고 높은 거에 "와~" 이상의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고로...
와불상 역시....
그냥.....
"와~"
그런데, 와불상 주위로 조그만 항아리 같은 게 쭈욱 놓여져있고, 사람들이 일렬로 지나가면서 동전을 하나씩 넣으면서 지나가는데.
그 소리가 너무 예뻤어.
나도 잔돈을 넣으며 왠지 덩달아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어. 풍경 소리 같기도 하고.

알고보니 시주하는 사람들 마음이 담긴 동전 소리였어.
와트포를 후다닥 보고나서 왕궁을 찾는데...거기서부터 꼬였다.
가이드북에는 도보로 10분이라고 써있는데 어느 방향인지 영 감이 안잡히는거다.
나름대로 고심하며 헤메는 표정을 하고 있자니 뒤에서 누군가 어딜 찾느냐고 묻는다.
왕궁에 가려고 한다니까 친절하게 방향을 설명해주더니...근데 오늘은 휴일이랜다!!
OH MY GOD!!!
분명히 책에는 연중무휴라고 했단 말이야!
엄청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자기가 다른데 갈만한 데를 소개시켜 주겠다면서 잡아끈다.
어머어머?
도망치자... -_ -
가까스로 둘러대고 도망친 라라, 뙤약볕에서 잠시 고민하다 그럼 와트아룬이나 가보자고 결심한다.
마침 바로 옆에 선착장이 보이는걸.
와트아룬은 새벽 사원이라고 알려졌을만큼, 새벽 빛을 받은 고요한 자태가 일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정오다...... -ㅅ-
하지만 강 건너로 보이는 사원은 새벽이 아니더라도 운치 있다.

타티엔 선착장 풍경


와트아룬
와트 아룬은 와트포에 비해 훨씬 작고 섬세하면서 여성스러운 사원이었다.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새벽 정취를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누굴 탓하랴.
게으른 게 죄다. ㄱ-

그런데 이런 황당한 문구가...;;;
왜 사진을 못찍게하는 걸까? 왜? 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찍는데?
한글로 이렇게 써있는 건 더 황당하다. -ㅅ-
...나같은 사람 때문인가... /후우
저거 보고도 사진 찍었잖아. 나름대로 몰래몰래.
와트아룬까지 보고 나오니까 너무 더워서 거의 탈진 상태였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
이번 여행을 통해 극한 상태까지 간 몸이 휴식을 취하는 순간의 평온함이랄까, 달콤함이랄까, 그런 순간의 느낌이 얼마나 잊지못할 추억의 감각을 남겨주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바람 한줄기, 물 한모금. 마치 꿈을 꾸는듯이 현실감이 결여된 순간.
진정한 휴식은 그런 의미야. 걷다걷다 지쳐 부르튼 발을 잠시 쉬게 하는 것.
자, 이젠 자리를 털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왕궁 대문이라도 보고 가자는, 완전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물어 물어 왕궁 쪽으로 향하는데.
툭툭 기사가 지도까지 체크해주면서 오늘 왕궁 쉬는 날이니까 자기가 추천하는 코스로 돌자고 한다. 싸게 해주겠다고.
어어. 아저씨 점점 반강제적인 삐끼 모드로 나오신다.
도망가자. -_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왕궁 대문......!!
맙소사.
대문이 활짝 열려있네요.
사람들도 많이 오고 가네요.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머긴 머야. 속은거지!
우어엉. 나 바보인가벼.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돈 벌기 위해서라지만 너무한 거 아니에요?
멀쩡히 오픈 중인 왕궁을 홀리데이라고 하시다니요.... OTL

너무 기쁜 마음에 꽃까지 사들고
불공도 드렸어요
그래도 어쨌거나 홀리데이보단 낫지 않습니까~
좋게좋게 생각하자고요.


이렇게 눈부신 탑들도 구경하고


반짝이는 섬세함에 감탄하고


신화에 등장하는 칸농이라는 새도 감상하고


사방을 둘러싼 상상력 넘치는 벽화도 실컷 즐기고
홀리데이가 아닌게 천만다행이라고요! ^___________^ 바 보 웃 음
하지만 왕궁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본전에 있었답니다.
본전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맑아지는 소리.
정갈하게 하얀 옷을 갖춰입은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불경을 외고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불경을 외는 걸 처음 보아서일까.
신성한 울림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하게 되었어.
조용히, 눈을 감고 들으면 감동이 일고.
나도 잔잔히 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버리네.
아. 좋다.
루비양 말대로, 난 역시 종교형 인간인가봐.(비록 지금은 오갈데 없이 방탕한 생활을 즐기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무사히(?) 왕궁 투어까지 마치고, 다시 탈진 상태.
게다가 배도 너무 고프다.
뭔가 편하게 앉아서 늘어지게 뭔가를 먹고잡다.
하여 이전날 시암광장에서 눈여겨 봐뒀던 태국식 샤브샤브, 수키를 먹으러 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태국식 샤브샤브, 후오구오보다는 못하지만 태국을 떠나올 즈음엔 이 들척지근한 국물에 중독되어 버렸다...
욕심 내서 너무 많이 시켰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죽을 것 같아~
앞자리에 태국 남자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하이~하고 인사를 한다.
그래...얼마나 신기했겠어. 외국 여자 혼자 샤브샤브 집에 와서 대략 2~3인분 주문해놓고 정신없이 먹고있으니.
그래도 모처럼 진탕 먹으니 너무나 행복해. 흑흑.
다시 카오산로드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전날 칼립쇼 게이쇼 티켓을 신청한 여행사로 갔다.
다음날 캄보디아행 표를 끊고 미니버스 기사를 기다리는데.
전날 가이드 아저씨 곱이당~~
서로 너무 반가워서 이번엔 마구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게이쇼를 보러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했다.
곱은 여동생이랑 같이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하면서, 쇼가 시작하려면 한시간 남짓 남았으니 근처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내가 조금 망설이자 자기가 대접하는 거라면서 잡아끈다.
태국에 와서 너무 많이 당해서 좀 멈칫했지만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에 넘어가 버렸다.

곱이 사준 노점 수키
오늘은 수키 복이 터졌나보다.
낮에는 체인점 형태의 수키를 즐겼는데 밤에는 노점 수키다.
근데 이게 훨씬 맛있다.
곱에게 배고프지 않다고 한 게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줘요~
곱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게이쇼 시간~
곱의 가족사도 듣고 인생 역정(?)도 들으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기에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게이쇼가 날 기다리고 있잖아...;;;;;;;
아, 두근두근.





정말 환상이셈~
어쩌다가 게이쇼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공연이 되었을까?
왜 태국엔 트랜스젠더가 많을까? -_ -;;
최고의 쇼만 보인다는 칼립소.
저 무대에 서기 위해, 아름다운 몸과 춤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한걸까?
어쩌면 저들이 여자로 태어난 나보다 더 여자를 꿈꾸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여자로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누려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해본 날이었다.
다시 카오산 로드로 돌아와서.
미쳤는지.
또 배가 고파왔다......ㄱ-
노점 누들을 애용하려고 서성거리는데 어제 만났던 한국인 커플도 노점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로 반가움에 오늘 어디 갔었는지 두런두런 얘기하고, 다음 일정도 얘기하고, 노점 누들이 처음이라고 해서 적극 추천도 해주고 헤어졌다.
좋아보인다......
설렁설렁 편한 차림에 둘이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어떤 아우라.
둘이 정답게 손을 잡고 편안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혼자 떠나온 것이, 조금은 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도 참는다.
친구들에겐, 캄보디아에 무사히 다녀와서 전화할래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참아요.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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