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에 해당되는 글 13건


  1.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2007/08/16
  2. 자유 (4) 2007/07/23
  3. 폐허 2007/06/27
  4. 불안 2007/06/25
  5.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2007/03/02
  6. 생의 한가운데 (2) 2007/03/02
  7.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2007/01/15
  8.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2007/01/04
  9. 플라이, 대디, 플라이 2006/09/15
  10. 가네시로 가즈키 2006/09/15
  11. 무라카미 하루키 2006/09/06
  12. 조르주 바타유 2006/08/25
  13. 브루클린 풍자극 2006/08/16


'우리의 마음은 돌이 아닙니다.
돌은 언젠가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그 형태가 없는 마음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디까지든 서로 전할 수 있습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춥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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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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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7/07/23 19:43


"그대는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그대는 행복한 것이다. 그대는 행복한가. 그렇다 해도 나는 그대가 자유로운지 아닌지 모르겠다."

김용석, <두 글자의 철학>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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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R 2007/08/20 18: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자유롭고 행복한데!!!

  2. BlogIcon 섬연라라 2007/09/25 02: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행복으로부터 자유롭다!!!

  3. 이쁜이 2008/02/15 19: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섬연라라님! 공감 백배 ㅎㅎ..

  4. 이쁜이 2008/02/15 20: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ternally를 알프레도 크라우스 목소리로 듣고 싶은데 컴을 잘못해 못찾았어요,그래서Giovanni Marradi의
    피아노연주로 듣는 이 순간은 잠시 행복...화두는 자유인데^^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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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7/06/27 19:47


폐허는 우리의 노력을, 완전과 완성이라는 이미지를 버리라고 한다. 폐허는 우리가 시간에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는 파괴의 힘의 장난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알랭드보통 <불안>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중략)...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겟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 거야."
-요시모토바나나 <아르헨티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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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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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7/06/25 19:48


그래서 알랭드보통불안의 치유책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1. 철학
2. 예술
3. 정치
4. 보헤미안

아마도 나는 2번에 기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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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에게는 이곳이 믿는 이들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자신들의 몸뚱이를 던져 버리는 것일까.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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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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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7/03/02 19:48


당신은 나에게 매우 고독하다고 말하셨고
그 말에 이어서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말은 진부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진심이었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것이고
그것은 다르게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댁에 찾아갔을 때 나는 얘기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 공감을 완전히, 또 순수하게 갖지 못하고 있고
또 언제나 가질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나보다도 훨씬 연상이고 또 현명합니다.
나는 당신의 일에 대해 커다란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이 제게 베풀어 주신 우정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당신은 나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나를 수줍어 하는 어린 처녀로 만들면서
동시에 성숙한 여인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발 내가 그 둘 중의 어느 하나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나는 자유롭게 있어야만 한다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분명히 알고있지 않습니다.
나는 몇 백 개의 가능성이 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직 미정이고
아주 시초에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무엇에 나를 고정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나를 아직 모릅니다.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루이제 린저라는 이름은 항상 나의 열세살을 떠올리게 한다.
매일 밤 그녀는 '니나'라는 분신으로 날 자극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것 만으로도 급우울이 시작되어 피하고 있었지만, 이 책이 아직도 나를 매혹시키는 부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듯 하다.
그녀는 더 이상 나의 멘토가 아니지만, 흘러간 롤모델 치고는 상당히 아름다운걸.
복고풍의 정신이 나를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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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lozer 2007/11/26 01: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니나,라는 캐릭터에게 매료되었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떠오를뿐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시간이 나는대로 한번더 읽어야겠어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from
手帖 2007/01/15 19:57


매력적인 입술을 가지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가지려면
사람들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지려면
하루에 한 번 아이로 하여금
그 머릿결을 어루만지게 하라.

균형잡힌 걸음걸이를 유지하려면  
당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걸으라.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새로워져야 하고, 재발견해야 하며,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어떠한 사람도 무시되어선 안 된다.

당신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당신 역시 팔 끝에 손을 갖고 있음을 기억하라.

나이를 먹으면서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두개의 손을 갖고 있음을.

한 손은 당신 자신을 돕기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 샘 레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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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하고 그녀는 말했다.
"뭐야?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건?"
"그런 곳이 있어."라고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을 들어본 적 있니?"
"잘 모르겠는데."
"옛날 어느 책에선가 그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 중학생 때였던가? 무슨 책이었는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건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야. 상상해 봐. 네가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어.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가는 거야.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 그것뿐이야. 넌 매일 아침 동쪽의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태양이 바로 네 머리 위로 오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의 지평선으로 태양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야."
"그런 생활은 아오야마 부근에서 바를 경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인생처럼 들리는데."
"아마도"라고 말하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무척 다르겠지. 그런 생활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매일같이 계속되는 거야."
"하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겨울엔 밭갈이를 하지 않을 텐데."
"겨울에는 쉬지, 물론"하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겨울에는 집안에 머물면서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그리고 봄이 오면 밖으로 나가 밭일을 하고. 네가 그런 농부인 거야. 상상해 봐"
"하고 있어."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네 안에서 무엇인가가 죽어버리는 거야."
"죽다니, 어떤 것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저 무엇인가가. 동쪽의 지평선에서 떠올라, 하늘의 정중앙을 지나, 서쪽의 지평선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 동안, 네 속에서 무언가 뚝 하고 끊어져 죽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넌 땅바닥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태양의 서쪽을 향해.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걷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아.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야."
나는 대지에 엎드린 채 죽어가는 시베리아 농부의 모습을 떠올렸다. "태양의 서쪽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데?"라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몰라.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몰라. 아니면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건 국경의 남쪽과는 좀 다른 곳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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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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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6/09/15 20:14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혼자서 싸운다는 게."

"어떤 사람이라도 싸울 때는 고독해.
그래서 고독마저도 상상을 해봐. 그리고 불안이나 고뇌가 없는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야.
정말 강해지고 싶으면 고독이나 불안, 고뇌를 물리치는 방법을 상상하고, 배워보는거야. 자기 힘으로. '높은 곳에는 타인의 힘으로 올라가서는 안된다. 남의 등에 머리를 올려서는 안된다.'"

"누구?"

"니체."

"......"




-플라이, 대디, 플라이 中에서/ 가네시로 가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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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가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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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6/09/15 20:13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그 사람의 손을 놓아서는 안되네. 놓는 순간, 그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멀어지니까."



"운명 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게 있긴 해.
있지,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거야. 가령 추억속에 살아있다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만나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게이코씨는 도리고에 씨에게 딱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밖에 나가 걸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 잡아줄 것.
게이코 씨는 어찌된 셈인지 툭하면 넘어지고 굴러서, 늘 붙잡아 줄 손이 필요했던 것이다.
"좀 더 그럴싸한 부탁을 해도 되는데."
도리고에 씨가 그렇게 말해도 게이코 씨는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저을 뿐이었다.
"꽤 힘든 일일걸. 늘 손을 잡고 있다는 거."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요?



- 연애소설 / 가네시로 가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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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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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帖 2006/09/06 20:15


'육체가바뀌면 삶도바뀐다'-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전업작가를 선언한 32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나는 하루 60개피 이상의 담배를 피워대는 헤비스모커였으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1천장의 소설을 일 년쯤 걸려서 쓰고 다시 그것을 10번이건 15번이건 처음부터 고쳐쓰는 것이 나의 소설 작업인데, 그 과정이란 정말 머리 속이 하얗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고 고된 작업이며 대단한 체력과 인내력이 요구된다. 모처럼 소설가가 되었으니 끝까지 해낼 수밖에 없다고 작정한 그 무렵에, 그렇다면 체력과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했다. 그것이 달리기였다.

지난 16년 동안 나는 일주일에 엿새, 하루 평균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일년동안 달리기를 쉰 날은 불과 며칠 되지 않을 것이다. 제법 바쁜 인기작가로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비결은 하루를 아예 23시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날은 달리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나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습관을 들이면 그런 날도 달릴 수 있다. 인생의 고통에 비한다면 하루 10km 달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리고 사실 달리면서 고통이 아닌, 즐거움을 느낀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그때부터의 체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나의 경우는 33세에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50대에 접어든 지금도 그때의 체력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순발력은 나이가 먹으면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만 체력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달리기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작가의 일이란 집중력과 지구력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4년을 걸려 쓴 작품이 있다고 할 때 그 4년 동안 매일 쓰는 것은 아니고 약 석달을 집중적으로 빼내고(글을) 다른 일 조금 하는 체 하다가 다시 석달을 틀어박힌다.

실은 그 석달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보통 2주 동안이다. 대부분의 모든 것이 그 2주 동안에 정해진다. 그 2주간의 시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 이전의 두달 반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에는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뭐든지 좋으니까 계속 쓴다. 기분이 내키지 않든, 힘들든, 즐겁든 그냥 쓴다. 새벽 4시부터 점심 때까지 계속 쓰다보면 어느날 '들어가고 싶은 바로 그 곳'(정확히 옮긴다면 하루키는 '가버린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지구력이 뒷받침되어야 집중력이 생기는 것인데, 이것은 장거리 달리기와 매우 흡사하다.

20대나 30대에는 원고 마감이 닥쳐야 밤을 새워 몰아쓰는 때도 있었으나 40, 50대가 되면 그런 파워는 떨어진다. 마치 홈런 타자의 타구가 어느 날 펜스 앞에서 떨어지거나 평범한 외야 플라이가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아주 희귀한 천재가 있다면 그렇지도 않겠지만 나는 그런 천재가 아니니 그런 파워를 유지하는 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놓자고 계획했다. 두달 반 정도 그 동안 열심히, 또박또박 하고 있으면 2주간의 중요한 시기가 온다는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힘이 필요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소설가란 그런 일을 하면 정작 글은 쓰지 못할 것이란 충고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자기 안에 있는 불건강한 것이 나온다고 믿는 편이다. 소설은 불건강한 것인가? 틀림없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독이 없으면 소설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독을 꺼내기 위해서 몸 자체는 건강해야 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소설은 자기 안에 숨어있는 짐승을 꾀어내는 작업이다. 그 때 체력이 없으면 그 짐승이 소설가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다.

물론 문학사에는 랭보, 다자이 오사무,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처럼 그 독, 그 짐승과 더불어 일상을 산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나는 일찍 죽거나 자살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좋으나 싫으나 장거리 러너(Runner)일 수밖에 없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치 자신 안의 깊은 곳에 샘이 있어 그 물을 매일 길어와야 하는 작업이다. 매일매일 기어내려가 물 한 바가지 푸고 다시 올라오는 시지프스적인 노동을 계속하다보면 앞에서 말했던 마지막 2주간의 중요한 시기, 곧 '들어가야 할 곳'에 이르는 때가 온다. 그 때는 기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원하면 이미 몸과 정신이 그곳에 옮겨져 있는 때이다. 그런 초자연적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부지런히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한다. 그것이 조건이다. 나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예를 들면 이가 아프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육체적인 훈련이 결여된 정신 일변도의 수련이나, 또는 그 반대의 경우이나 모두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 과다의 시대는 정보가 많은 만큼 가치 기준도 다양해서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옳은 것은지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바로 그래서 나는 앞으로는 육체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윤리성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성의 지적인 복권이라고나 할까. 이 때 중요한 것이 몸이 말하는 것에 대해 지성이 얼마나 균형된 감각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16년 동안 달리면서, 그리고 16번의 풀 마라톤을 포함한 여러 달리기 대회의 경험을 통해서 나의 몸매, 스타일, 식생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체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변하는 몸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마치 사춘기의 여자애가 거울 앞에 서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보기 싫은 군살이 없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문체로 보자면 무엇보다 호흡이 길어졌다는 점이 달라졌다.

20여년 전, 재즈 카페를 하면서 음악의 리듬에 바탕을 둔 글을 쓸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4비트에서 8비트, 16비트까지 음악적인 리듬이 있는 문체가 나쁘다는 아니다. 다만 음악의 리듬에 토대를 둔 글은 긴 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근에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를 시작했는데, 그 이전(96년)에 1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그러나 역시 즐겁고 좋았다. 아침 5시에 시작해 저녁 때까지 달리다보면(기록은 11시간 42분) 어느 지점부터 자연스럽게 사고가 달라진다. 가령 60km 지점까지는 평소의 페이스로 담담하게 달릴 수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사고가 바뀌어져야만 달릴 수 있었다.

사고를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뀌어진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다리 힘만으로는 달릴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때부터 온몸의 다른 부속품들이 다리를 커버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마치 '힘을 내라, 우리가 대신해주겠다'라고 다른 부속품들이 다리에게 외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달리다보니 이렇게 좋은 느낌도 있구나 하는 그런 경험이었다. 그때를 넘어 85km를 지나면서는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지고, 다 지나갔구나, 넘어왔구나 하는 느낌 뿐이었다.

골인했을 때의 느낌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이 경험이 반드시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느꼈다. 말하고 나면 차라리 가벼워질 것 같은 묵직한 감동이었다.

가끔 달리기 예찬을 할 때면, "신체 장애가 있고 스포츠를 못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라"는 지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무신경하게 함부로 다루고 있는 사람이 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98년) 6월, 나는 호노룰루에서 열린 맹인마라톤 15km 코스에 반주자(半走者)로 참가하여 눈이 보이지 않는 러너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달릴 기회가 있었다. 끈이 서로 다른 조건의 두 주자를 하나로 연결해 주고 있었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장애가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를 진정으로 의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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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
from
手帖 2006/08/25 20:17




(중략) 그러나 금기를 범하는 순간 우리는 고뇌를 느끼며, 고뇌와 함께 금기가 의식되고, 죄의식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고뇌와 죄의식 끝에 우리는 위반을 완수하고 성공시킨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우리의 의식은 그 위반을 즐기기 위해 금기를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금기를 어기려는 충동과 금기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고뇌를 동시에 느낄 때 비로소 에로티시즘의 내적 체험은 가능한 것이다.



-조르주 바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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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from
手帖 2006/08/16 20:16


"하지만 좋은 순간들도 있습니다."

톰은 해리가 결정적인 말을 하도록 놓아두고 싶지 않아서 얼른 덧붙였다.

"신의 은총과 자그마한 심적 고양과 예기치 않은 기적을 경험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순간이지요. 새벽 세시 반에 타임스 광장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다 보면 모든 통행이 다 끊어져서 문득 세상 한복판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은 때가 있어요. 머리 위로는 사방에서 온통 네온 불빛이 쏟아져 내리고요. 또 여명이 밝아 오기 직전 벨트 파크웨이를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면서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바다 냄새를 맡는 것도 그런 순간에 해당하고요. 아니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 찰나에 아치 사이로 막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이나. 그런 순간이면 보이는 거라곤 밝고 둥근 노란 달뿐인데, 그 달이 너무 커서 놀라게 되고 내가 여기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날고 있는 중이라는, 택시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실제로 우주 속을 날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되지요. 그 어떤 책도 그런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저는 지금 진짜 초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해리. 몸은 뒤에 남겨 놓은 채 충만함과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들어가는."

"이보게. 그런 짓을 하려고 택시를 몰아서는 안 되지. 그런 짓은 어떤 고물 차로도 다 할 수 있어."

"아니.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보통 차로는 단조롭고 고된 일이라는 요소가 없어지는데, 전체적인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거거든요. 극도의 피로함과 지루함,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단조로움. 그러다가 뜬금없이 문득 느끼게 되는 일말의 해방감과 잠깐 동안의 진정하고 절대적인 희열.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요. 고통이 없으면 희열도 없는 법이니까요."



-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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