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0일 수요일


드디어 여행 첫날!
태국-캄보디아행으로 결정하기까지 말도 탈도 많았던 과정은 귀찮음으로 대략 생략.
하지만 떠나는 날의 흥분은 목적지의 중요성을 잊어버릴만큼 굉장했다.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는 두려움과 플러스 알파 설레임까지.
스물 일곱이 되어서야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는 기쁨과 과연 캄보디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감정 놀이 때문에 전날밤도 꼬박 새고 말았다...;;;

쾡한 눈으로 밤을 새다가 극도 무계획주의 라라양, 그래도 첫날밤 숙소는 예약해야되지 않겠느냐는 최소의 준비성을 발휘, 인터넷을 뒤져 그나마 싼 호텔을 결제한다...방콕에 도착한 후 절감한 부분이지만, 정말 예약해놓길 잘했다.-_ -;; 첫날 가려던 수쿰비트 지역에서 하필이면 그 날 국제회의 비슷한게 열리는 바람에 일대 호텔이건 모텔이건 방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으어...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나름 짜릿하지만 최소한의 여행 준비는 합시다요. 콩콩콩.

늘 공항 리무진을 타던 서울대 정문. 하지만 역시 출장 갈 때마다 버스를 기다리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간밤 거친 비 뒤로 시원한 새벽 공기 내음. 흐드러진 벚꽃. 왠지 예감이 좋았다.


공항에 도착.
티켓팅하고 환전하고 전화카드 사고
2만원 어치나 샀건만 정작 가서 하나도 못썼다. 태국 갈때 전화카드 사지 마세요. 현지에서 충분히 구입할수 있음.
출국신고하고 밥 먹고 면세점 둘러보다가 충동구매로 에쓰케이투 에센스까지 사버렸다.
이놈의 지름신......
BUT 동남아 뜨거운 뙤약볕에서 로션 하나 바르고 다녔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
그나마 요긴했으므로 슬쩍 넘어가주자. -ㅂ-

인천에서 방콕까지 비행 시간 대략 5시간 반이다.
전날 밤을 샜으니 곯아 떨어져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말똥말똥했다.
그래서 5시간 반동안 뭘 했느냐...
가이드북을 죽어라 팠당.@_@

밑줄 좍좍 긁어가면서.
중요한 페이지는 접어놓고.
보고 또보고.
지금 보니 너무나 너덜너덜한, 꼬질꼬질 손때 가득한 이 책은 여행 기간동안 내겐 성경과도 같았다.
여권, 돈, 가이드북 세가지는 정말 하루에도 열번, 스무번씩 체크했다니까..... ;ㅁ;
워낙 덜렁대고 옆에서 누가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데다가 말도 잘 안통하고 사기꾼이 판치는 나라에서 가장 기본적인 지킴이 쓰리였으니...


그렇게 죽어라 공부를 하고 드디어 방콕에 도착. 아. 이 후덥지근한 열기.
공항버스를 기다리는데 숨이 탁탁 막힌다.
중국 버스보다도 꼬진 태국 공항버스를 타고 무사히 수쿰비트에 도착.
바로 옆에 호텔을 두고도 한참을 헤메서야 찾아내는 방향 감각이라니.(ㅠㅠ)



수쿰비트 엠버서더 호텔


호텔은 값에 비해 꽤 괜찮았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방은 아니야. 난 좀더 좁고 꼬질하고 현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방을 원한다고.

그래...내일 카오산 로드로 떠나는 거야. 우후후. 배낭여행족들의 천국, 카오산 로드.


일단 오늘은 여기서 즐겨야하니 짐을 풀고 곧장 일대 순찰에 나갔다.

타이 항공 기내식이 너무 맛없어서 별로 안먹었더니 배가 느므 고프다.
근데 이 날만이 아니라 여행 기간동안 어찌나 배가 고픈지 하루에 다섯끼씩 꼬박 챙겨 먹었다. -..-;;
물가 비싼 나라로 갔으면 어쩔뻔했어...ㄷㄷㄷ


 
수쿰비트 거리의 레스토랑


 
매콤한 씨푸드 샐러드. 거의 매일 한잔 이상은 마셨던 싱하 맥주.


배도 좀 차고 맥주로 갈증도 식혔으니~ 이젠 거리 구경.

수쿰비트 거리는 외국인 주택가가 있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점포가 많다.
길가에 즐비한 노점상들도 죄다 외국인을 공략한 기념품 일색이다.


 
이런 골동품 가게도 많고

 
불교 국가답게 부다 작품이 많다. 곱실곱실 머리가 아름다우세요.


 
아이들이 뛰노는 철길

 
길거리엔 이런 간이빠도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거 있었음 좋겠다.


 
해가 지자 또 배가 고파서 들어간 레스토랑. 분위기가 끝내줘요.


 




인테리어도 좋고 언니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밤바람도 솔솔.
태국에서 갔던 레스토랑 중에 제일 반해버린 곳이라니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날 일정을 짜고 일기를 썼다.
하루종일 간단한 영어 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더니 입에서 단내가 나는 듯 했다.

잘 도착했다고,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아버렸다.

혼자인 시간에 익숙해져야지.
/후후

Tag //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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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수쿰비트 지역에 있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여행사를 찾아갔다.
호텔 근처에 있었는데. 또 헤맸다. -..-;;;
게다가 노력한 보람도 없이, 캄보디아 루트도 알아내지 못했다.
으어어. 도대체 캄보디아는 어떻게 가는거야.
혼자서 여행 왔냐고, 캄보디아도 혼자 가려는 거냐고, 한국인 아저씨가 놀란 듯 물어본다.
끄덕끄덕.
근데 아저씨 너무 새까매요. 현지인 같아요. -->혼자 생각
누가 알았겠느냐. 일주일 뒤엔 내가 그 아저씨보다 더 검은 인간이 될 거라는 사실을...

어쨌든 이왕 태국에 왔으니 중심가를 훑어줘야지,하는 생각에 태국의 명동, 시암 광장을 찾아갔다.

 
  태국 지하철은 이래요.

 
비다!비!!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지하철 한면이 모두 하나의 광고다. 태국도 실업난이 심각한가.


 

태국 젊은이들의 광장! 시암스퀘어~~!

학원가와 쇼핑 타운이 즐비하고 극장, 백화점, 레스토랑, 카페, CF를 찍는 듯한 촬영 스탭하며... 도시다운 생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특이한 건, 그런 번잡한 거리에 떡하니 제사단(?)이 놓여져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음료수, 과일 등을 놓고 향을 피우고 간다는 거다.
불공을 드릴 때는 대로변인데도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그냥 지나가다가도 제사단을 보면 잠깐 멈춰서서 합장을 한다.
아무도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학원가

 
시암스퀘어


제사단


불공 드리는 이쁜 언니.
근데 나중에 어떤 아줌마가 제사단에 놓은 음식 가져가버렸다... ㄱ-


 

한참을 걷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어제 구입한 슬리퍼 아니었음 발 터져 죽었을거야. 얇은 여름 운동화라고 가져오긴 했지만 태국에서 운동화를 신는다는건 오리털파카를 입는 것만큼 미친 짓이었다. 결국 운동화는 짐만 되서 버리고 말았다. 아까부라.
 



저래뵈도 10킬로는 나가거든. 저걸 메고 시암 광장을 도는데 뭐하는 짓인가 싶더군. 근데 저런걸 앞뒤로 두개 메고 다니는 배낭족도 많다. 대단,대단하다.


 

 
9천원에 구입한 슬리퍼. 디자인은 좀 그렇지만 여행 내내 너무 요긴하게 잘 신었다.


 

살인 더위에 짐짝도 거추장스럽고. 단박에 지쳐버렸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근처의 Jim Thomson's House를 안갈수가 없잖아.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니까 금방 알아듣는다. 역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가보다.

아. 근데 태국 택시는 정말 그지같다.(착한 태국 택시 아저씨들에게는 죄송해요)

매우 난해한 영어로 자꾸 어디 가봤냐고 자기가 싸게 해줄테니까 자기 통해 가라고 심하게 들이대는 삐끼형 아저씨들이 90% 이상이다.

게다가 지폐를 주면 무조건 잔돈 없다고 배 째라고 잡아뗀다! 몇백원 되지는 않지만 징글징글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황당 그 자체다.

나중엔 그냥 포기다... 그냥 팁이라고 가지라고 한다. 맘이 훨씬 편해져. 그냥 이렇게 살고 장수하자...ㄱ-


 

아무튼 그렇게, 마침내 찾아간 짐톰슨 아저씨네 집.
도대체 왕도 아니고 한 남정네의 집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관광 코스가 되었을까.
 


 

알고보니 이 아저씨, 꽤 흥미로운 사람이다.

2차 세계대전 말에 첩보 요원으로 태국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정착, 실크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어 타이 실크의 제왕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부분은 이 아저씨,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갔다가 그대로 휘리릭 사라져버렸다는 거다.

언제나 사라진다는 말은 흥미로움을 동반한다.


 

입장료를 내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순서대로 몇명씩 팀을 이뤄서 투어를 한다.
국보급 미술품이 많아서 가방조차 들고 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내가 뭐랬어. 돈, 여권, 가이드북은 절대로 내 몸에서 떼놓지 않는다. -_ -+
이쁜 가이드 언니를 설득해서 조그만 가방은 들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옆에 외국 사람들이 쟤 왜 저렇게 유난을 떠나 쳐다본다. 챙피해...... /부끄


 

 
이 집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품. 목이 잘린 부다. -_ -;;
자세히 보면 걷는 모양인데 이게 굉장히 엘레강스한 거라고 한다.
계속 보니까 엘레강스해 보였다. 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그림들.
거진 불화들이다.


 


1층 회랑 코끼리상. 코끼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컷 찍지 않을수가 없네요~


 


정원에서 바라본 2층 거실 창문.


 

실내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톰슨 아저씨의 판타스틱한 취향은 말로 전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집만 보고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저택이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묘하게 어우러져 신비롭기 그지 없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사람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그 중에 가장 흠뻑 빠져버린, 단박에 매혹되어버린 방은 톰슨 아저씨의 서재였다.

바로 이거야! 내가 꿈꾸던 서재!

고즈넉한 룸 사이즈
넓다란 창 앞에 놓인 고풍스러우면서도 심플한 책상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1인용 침대
한쪽 벽면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명상을 도모(?)하는 불상(아마도 톰슨 아저씨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왠지 애정이 팍팍 가더라는) 등등......
모든 것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침실도 만만치않게 아름다웠다.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지방을 높게 하고 문 맞은편에 커다란 평면 석상 같은 것이 세워져 있는데 그또한 부정한 기운을 쫓는 불화라고 한다. 아저씨가 동양의 문화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방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가이드 언니가 요강을 찾아보라고 퀴즈를 냈다.
개구리나 고양이 조각상 등이 정답이었다.
특히 고양이 머리를 떼어 일을 본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음... 멋있는 태국인의 유머감각. /훗

투어를 마치고 기념품샵에 갔더니 짐톰슨에 관한 책이 있어서 구입해 버렸다.
비싸지만 할 수 없잖아, 빠져버렸는걸.(하지만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영문판이거덩.음.)

 
톰슨 아저씨의 서재.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기념품샵에서 엽서를 구입했다.


톰슨 아저씨. 책 속에 있는 사진이다. 멋있으시지?


 


톰슨 아저씨 집 앞에 연못을 사이에 두고 있는 카페.


역시나 또 배가 고프잖아. 근데 밥에서 코코넛 향이 너무 강하게 나서 속이 울렁거린다고요.


 

저녁 아홉시 쯤 되어서야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서양인이 느므 많다. -ㅅ-
핸섬한 일본 가이는 찾을 수 없는거야~?
나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덜렁 혼자 온 동양인 여자애는 찾아보기가 힘들구료.


 

 
카오산로드 밤거리. 왼쪽 위에 D&D INN이 내가 묵었던 숙소.
 

 
첫날은 싱글룸이 없어서 더블룸에서 잤다.


질리지도 않고 열심히 먹었던 노점 음식, 팟타이.
야채랑 면을 볶아 옵션으로 계란 풀고 태국식 향신료를 뿌려 먹으면 뱃속이 든든해져요.


원하는 과일을 선택하면 섞어서 갈아준다.
화룡과랑 망고를 섞으니 달짝지근한게 얌얌이에요.


 

숙소 앞에 있는 여행사를 찾아갔더니 캄보디아로 가는 버스편이 있댄다. 얏호!
비행기를 이용하면 왕복 20만원 정도 드는데 버스는 고작 만원에서 이만원 사이니 아무리 멀고 험한 길이라도 내 사랑은 버스야!
매일 오전에 출발하니까 바로 전날 예약하면 된다고 해서 일단은 다음날 시외 투어부터 신청했다.
시간을 많이 잡고싶진 않고 한번 가보고는 싶은 곳이고 해서 수상시장, 로즈가든, 코끼리&악어 농장까지 싸잡아 일일코스로 도는 투어를 선택했다.
혼자 가는 것보단 저렴하고(입장료 합친 값보다 싸다...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됐지만)
친구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아. 이쯤되니 너무 피곤하다.
숙소 엘레베이터에 발마사지 찌라시가 붙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숙소 맨 윗층에 있댄다.
값도 괜찮고 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쭈삣쭈빗 찾아갔다.
밤바람이 부는 옥상 정자에서 두툼하신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맞아주신다.
 
속고쟁이 같은 바지로 갈아입고 세상만사 잊은 채 대자로 뻗은 채로 한시간 가량 마사지를 받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릴랙스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단돈 7천원에 이런 기분을 맛보다니.

발마사지! 완전 사랑해!!!  

Tag //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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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딸기뿡이 2007/09/30 15: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발 특성상 조리를 못 신어서. 오오 저 신발 좋은데요. 가볍고 튼튼해보이고.
    언제 가셨어요? 저는 05년도 1월즈음 있었는데. 흐흐.
    그리고 작년 3월 정도에도. 태국이 좋은 이유는 단 하나. 마사지를 저렴한 가격에 매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태국은 경유할 때도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니까요. 피로 회복 차원에서라도.

    • BlogIcon 섬연라라 2007/10/01 17:16  address  modify / delete

      전 2005년 4월 말부터 2주 정도 돌아다녔어요.
      저보다 딸기뿡이님이 먼저 다녀오셨네요. ㅎㅎ
      다음엔 사랑하는 님과 함께 캄보디아-푸켓 코스로 다녀오고 싶다는...... /후후

  2. BlogIcon 카루소 2007/11/24 01: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혹시 BTS 지상철 아닌가요?? 아님 죄송합니다..ㅎㅎ

  3. BlogIcon abrelia 2008/02/07 11: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랜만에 카오산로드를 보네요. 세계 각국의 배낭족들을 볼 수 있는 곳.
    저도 팟타이를 먹었었는데.. 마지막에 땅콩 가루(?)를 넣어주셨떤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이 곳에서 맥주 마시고, 120바트로 마사지 받은후 '옥요'라는 해상레스토랑에 갔었는데.. 가고 싶어지네요..

오늘도 역시 새벽같이 일어나 투어에 참가했다.
미니버스에 탔는데. 헉. 죄다 덩치 큰 서양 사람들이고 혼자 온 사람도 없다. 다 끼리끼리야. (ㅠㅠ)
왠지 모르게 쪼는 기분. 게다가 옆엔 이탈리아 커플이 탔는데 여자는 삐져서 계속 짜증이고 남자는 목소리만 크다.
가이드는 말도 안되는 영어로 장사속이 훤히 보이는 말만 골라서 한다. 아, 예감이 좋지 않군요.


그리하여 어찌어찌 간 수상시장.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햇빛이 너무 뜨겁다.


하지만.....


 
이렇게 보트를 타고 강을 씽씽 달리는데 뭐가 문제겠어~ 음하하~
구정물이 대박 튀어서 조금 난감하긴 했지만 기분만큼은 최고였어요.





정말 사람들이 살더라고. 저 물에 빨래도 하고. 애들은 수영도 하고.
진짜로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뭐, 즐거워 보였어.



수상시장.
관강객들이 가운데 길로 배를 타고 지나가면 가생이 상인들이 물건을 사라고 바람을 잡아.
가격은 능력에 따라 어마어마하게 깍을수도 있고 나같은 사람은 바가지 쓸수도 있고.-_-a



과일 파는 아가씨



꽃 파는 아주머니



음식 파는 여사님


이런 짝퉁도 판다!


수상 시장 투어가 그런대로 끝나고 나만 혼자 버스를 갈아탔다.
다른 사람들은 수상시장만 예약했다고 하더라고.
알고보니 이거 오히려 나에게 잘된 일이었어~
덕분에 친절한 가이드 곱씨도 만나고 한국인 커플도 만나고.


투어팀이 바뀐뒤에는 한국인 커플, 대만 남자들, 중국 남자들, 미국 여자, 나, 이렇게밖에 없었는데.
옆에 대만 남자들이랑 중국 남자들도 투어에서 만나서 한창 반갑게 수다를 떨더라고.
그러다 식사 중에 내 바로 옆에 대만 남자애가 그러는거야.
저 커플은 한국 사람 같고 자기 옆에 여자는 일본 사람 같다고.
그러자 저마다 의견을 내면서 아니다 한국 사람이다 일본 사람이다 옥신각신하는데...
난 걍 가만 있었지. -v -

나중에 코끼리쇼 보러 가는데 내 옆에 앉았던 대만 남자애가 다가와서 말 걸길래 중국어로 사실 아까 너가 하는 얘기 다 들었다...고 하니까 무척 황당해하더군.

귀여웠어.

간만에 오늘은 투어 내내 중국어로도 수다 떨고, 한국 커플과도 얘기 나누고. 입에서 단내 좀 뺏소이다!






다음은 코끼리쇼와 악어쇼.
사진 즐감하셈!






코끼리를 조아라하긴 하지만. 그닥 재미있진 않았다는...




오히려 악어쇼가 스릴 있고 잼있었어. 저런 무서운 쇼를 너무나 유쾌한 표정으로 즐기듯 보여주는 프로 정신에 박수를!



정신없이 악어쇼를 보고있는 스님들. 관광지에서 종종 스님들을 볼 수 있는데 거진 다 디카를 가지고 계시고 심지어는 캠코더까지...;;;



그리고 이동한 곳은 태국의 민속촌이라고 할 수 있는 로즈가든
전통무용이랑 무에타이를 볼 수 있었어.
박진감 넘치는 실전 무에타이는 아니었지만 별다른 관심이 없으므로 이 정도 맛보기로 만족하기로 함.




이쯤에서 오늘 투어는 끝났고.
이제 왜 여행사 일일투어가 위의 세 곳 입장료 합친 가격보다 싼지 말해드리지요.(ㅠㅠ)
중간 중간 모두들 의아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했던 말.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일명 휴게소...겸 기념품 상점.

 
이렇게 종이 만드는 아줌마도 보고.


이렇게 코끼리 만드는 아저씨도 보고.




이런 가구점도 구경하고.



심지어는 다이아몬드 박람회까지 갔다고.@_@
다이아몬드 채굴 비디오도 보고 세공 과정도 견학하고 상점까지 끌려가서 구경하고.
세상엔 역시 공짜가 없음이야...orz...





숙소에 돌아오니 이미 늦은 밤이고 또다시 꼬르륵꼬르륵.


이럴 때 나의 사랑스런 노점 누들과 생과일 쥬스를 안먹어 줄 수가 없지! /후후




꼬치구이도 먹어주는 센스~!


옙다~ 오늘은 기분이다!
레게머리 몇가닥도 하고 발목에 나비모양 타투도 해버렸어.

어쨌거나 즐거운 하루는 또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총총총.

Tag //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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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3일 토요일


오늘은 왕궁 투어 하는 날.
미리 옴팡지게 걸을 각오를 하고.
각오를 뒷받침해줄 뒷심을 채우기 위해 든든한 아침 식사를~


 
버거킹이다~버거킹~ㅋㅋ



소스는 두가지 종류가 있어요~칠리소스와 케첩!-..-;;


이제 밥을 먹었으니 왕궁을 향해 출발해볼까~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일 뻔 했는데.
택시 아저씨가 Grand Palace를 못알아듣는다.
대략 난감...
그래서 일단 와트포부터 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와트포하면 역시나 거대한 와불상.



거대하신 부처님 머리



거대하신 부처님 발


커다랗고 넓고 높은 거에 "와~" 이상의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고로...
와불상 역시....
그냥.....
"와~"


그런데, 와불상 주위로 조그만 항아리 같은 게 쭈욱 놓여져있고, 사람들이 일렬로 지나가면서 동전을 하나씩 넣으면서 지나가는데.
그 소리가 너무 예뻤어.
나도 잔돈을 넣으며 왠지 덩달아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어. 풍경 소리 같기도 하고.



알고보니 시주하는 사람들 마음이 담긴 동전 소리였어.


와트포를 후다닥 보고나서 왕궁을 찾는데...거기서부터 꼬였다.
가이드북에는 도보로 10분이라고 써있는데 어느 방향인지 영 감이 안잡히는거다.
나름대로 고심하며 헤메는 표정을 하고 있자니 뒤에서 누군가 어딜 찾느냐고 묻는다.
왕궁에 가려고 한다니까 친절하게 방향을 설명해주더니...근데 오늘은 휴일이랜다!!


OH MY GOD!!!


분명히 책에는 연중무휴라고 했단 말이야!
엄청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자기가 다른데 갈만한 데를 소개시켜 주겠다면서 잡아끈다.

어머어머?

도망치자... -_ -


가까스로 둘러대고 도망친 라라, 뙤약볕에서 잠시 고민하다 그럼 와트아룬이나 가보자고 결심한다.
마침 바로 옆에 선착장이 보이는걸.

와트아룬은 새벽 사원이라고 알려졌을만큼, 새벽 빛을 받은 고요한 자태가 일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정오다...... -ㅅ-


 
하지만 강 건너로 보이는 사원은 새벽이 아니더라도 운치 있다.


타티엔 선착장 풍경




와트아룬
 


와트 아룬은 와트포에 비해 훨씬 작고 섬세하면서 여성스러운 사원이었다.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새벽 정취를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누굴 탓하랴.
게으른 게 죄다. ㄱ-




그런데 이런 황당한 문구가...;;;
왜 사진을 못찍게하는 걸까? 왜? 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찍는데?
한글로 이렇게 써있는 건 더 황당하다. -ㅅ-
...나같은 사람 때문인가... /후우
저거 보고도 사진 찍었잖아. 나름대로 몰래몰래.


와트아룬까지 보고 나오니까 너무 더워서 거의 탈진 상태였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


이번 여행을 통해 극한 상태까지 간 몸이 휴식을 취하는 순간의 평온함이랄까, 달콤함이랄까, 그런 순간의 느낌이 얼마나 잊지못할 추억의 감각을 남겨주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바람 한줄기, 물 한모금. 마치 꿈을 꾸는듯이 현실감이 결여된 순간.
진정한 휴식은 그런 의미야. 걷다걷다 지쳐 부르튼 발을 잠시 쉬게 하는 것.


자, 이젠 자리를 털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왕궁 대문이라도 보고 가자는, 완전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물어 물어 왕궁 쪽으로 향하는데.
툭툭 기사가 지도까지 체크해주면서 오늘 왕궁 쉬는 날이니까 자기가 추천하는 코스로 돌자고 한다. 싸게 해주겠다고.
어어. 아저씨 점점 반강제적인 삐끼 모드로 나오신다.

도망가자. -_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왕궁 대문......!!

맙소사.

대문이 활짝 열려있네요.

사람들도 많이 오고 가네요.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머긴 머야. 속은거지!

우어엉. 나 바보인가벼.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돈 벌기 위해서라지만 너무한 거 아니에요?

 멀쩡히 오픈 중인 왕궁을 홀리데이라고 하시다니요.... OTL



너무 기쁜 마음에 꽃까지 사들고


 
불공도 드렸어요


그래도 어쨌거나 홀리데이보단 낫지 않습니까~
좋게좋게 생각하자고요.





이렇게 눈부신 탑들도 구경하고


 



반짝이는 섬세함에 감탄하고




신화에 등장하는 칸농이라는 새도 감상하고
 




사방을 둘러싼 상상력 넘치는 벽화도 실컷 즐기고


홀리데이가 아닌게 천만다행이라고요! ^___________^ 바 보 웃 음
하지만 왕궁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본전에 있었답니다.


본전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맑아지는 소리.
정갈하게 하얀 옷을 갖춰입은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불경을 외고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불경을 외는 걸 처음 보아서일까.
신성한 울림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하게 되었어.

조용히, 눈을 감고 들으면 감동이 일고.
나도 잔잔히 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버리네.
아. 좋다.
루비양 말대로, 난 역시 종교형 인간인가봐.(비록 지금은 오갈데 없이 방탕한 생활을 즐기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무사히(?) 왕궁 투어까지 마치고, 다시 탈진 상태.
게다가 배도 너무 고프다.
뭔가 편하게 앉아서 늘어지게 뭔가를 먹고잡다.
하여 이전날 시암광장에서 눈여겨 봐뒀던 태국식 샤브샤브, 수키를 먹으러 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태국식 샤브샤브, 후오구오보다는 못하지만 태국을 떠나올 즈음엔 이 들척지근한 국물에 중독되어 버렸다...


욕심 내서 너무 많이 시켰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죽을 것 같아~
앞자리에 태국 남자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하이~하고 인사를 한다.
그래...얼마나 신기했겠어. 외국 여자 혼자 샤브샤브 집에 와서 대략 2~3인분 주문해놓고 정신없이 먹고있으니.

그래도 모처럼 진탕 먹으니 너무나 행복해. 흑흑.

다시 카오산로드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전날 칼립쇼 게이쇼 티켓을 신청한 여행사로 갔다.
다음날 캄보디아행 표를 끊고 미니버스 기사를 기다리는데.
전날 가이드 아저씨 곱이당~~
서로 너무 반가워서 이번엔 마구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게이쇼를 보러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했다.
곱은 여동생이랑 같이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하면서, 쇼가 시작하려면 한시간 남짓 남았으니 근처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내가 조금 망설이자 자기가 대접하는 거라면서 잡아끈다.
태국에 와서 너무 많이 당해서 좀 멈칫했지만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에 넘어가 버렸다.




곱이 사준 노점 수키
오늘은 수키 복이 터졌나보다.
낮에는 체인점 형태의 수키를 즐겼는데 밤에는 노점 수키다.
근데 이게 훨씬 맛있다.
곱에게 배고프지 않다고 한 게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줘요~

곱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게이쇼 시간~
곱의 가족사도 듣고 인생 역정(?)도 들으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기에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게이쇼가 날 기다리고 있잖아...;;;;;;;

아, 두근두근.









정말 환상이셈~
어쩌다가 게이쇼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공연이 되었을까?
왜 태국엔 트랜스젠더가 많을까? -_ -;;
최고의 쇼만 보인다는 칼립소.
저 무대에 서기 위해, 아름다운 몸과 춤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한걸까?
어쩌면 저들이 여자로 태어난 나보다 더 여자를 꿈꾸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여자로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누려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해본 날이었다.


다시 카오산 로드로 돌아와서.
미쳤는지.
또 배가 고파왔다......ㄱ-


노점 누들을 애용하려고 서성거리는데 어제 만났던 한국인 커플도 노점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서로 반가움에 오늘 어디 갔었는지 두런두런 얘기하고, 다음 일정도 얘기하고, 노점 누들이 처음이라고 해서 적극 추천도 해주고 헤어졌다.
좋아보인다......
설렁설렁 편한 차림에 둘이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어떤 아우라.
둘이 정답게 손을 잡고 편안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혼자 떠나온 것이, 조금은 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도 참는다.
친구들에겐, 캄보디아에 무사히 다녀와서 전화할래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참아요. 꾹.


Tag //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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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4일 일요일


드디어 캄보디아로~!


태국-캄보디아 루트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바로 앙코르와트, 나와 왕가위의 로망이 살아 꿈틀거리는 신비의 유적지, 앙코르와트를 가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우후후.
캄보디아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인근 국가로 먼저 날아간 뒤 다시 캄보디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한다. 물론, 라라처럼 가난한 배낭족이라면 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비행기로는 한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무려 14~16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게다가 길이 어찌나 불친절한지, 심술맞기 그지없는 비포장도로를 7시간 정도 달리다보면 오장육부가 다 튀어나올것 같은 심한 불쾌감에 시달리게 된다.


카오산로드에서 출발해서 태국 국경까지 갈때만 해도... 오랜 시간 차를 타야한다는 생각에 지레 지루함이 밀려왔을 뿐이지...그 이상의 역경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왜냐. 이런 차를 탔거덩. 2층 버스.



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이때는 미처 몰랐다네~




그래...여기까진 아주 편했단 말이지. 조금 심심하긴 했지만.


태국 국경을 넘기 전에 휴게소 같은 곳에 들려서 캄보디아 비자 발행을 받았어.
대충 식사도 하고. 비자가 나오기까지 약 한시간 정도를 기다렸지.
캄보디아 비자는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는데 캄보디아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자면 좀 번거롭답니다.
준비성이 투철해서 미리 준비해가지 않으면 성이 안찬다...하시는 분 아니면 그냥 현지에서 받는 걸 추천드려요.



캄보디아 비자~


어쨌든 여기까진 비교적 편안하고 조금 무료한, 그저 쏘~쏘~한 여행이었다면, 출국 신고를 마친 그 순간부터의 상황은 그야말로 역전이야.
국경에서 출국신고며, 입국신고며 무더위에 순서 기다리고 사람에 치이는 것도 고생이지만, 거기서부터 탈 것이 바뀌거든.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것도 색다른 경험.



캄보디아 국경에서 시엠립까지 타고 갔던 버스


실줄기만큼, 아니 거의 느껴지지도 않는 에어콘을 틀었다고 창문도 못열게 했던 무자비한 미니버스. (ㅠㅠ)
비좁은 공간에, 쾌쾌한 냄새, 후덥지근한 열기.
게다가 내 옆 창문은 고장이 나서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다구.
으허헝.
그렇지 않으면 지독한 먼지 바람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거든.
간혹 작은 돌멩이도 날아들어오고.
중국에서도 이런 버스는 못타봤다고.



우리 차는 헤드라이트가 고장나서 거진 한시간이나 수리하느라 정체됐어. 그래도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지.
여기서 캄보디아 여행의 즐거운 벗, 카오리양과 히데군을 만날수 있었으니 찜통 더위 속에 고생스럽긴 했지만 나름대로 유익했던 시간!


 
캄보디아 국경 근방. 버스 수리하던 곳 맞은편 구멍가게라네~



이 정도 길에서도 차가 덜컹거려...워낙 꼬져서. 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처음엔 카오리랑 히데가 커플인 줄 알았어. 너무 다정하고 친해 보이더라고.
알고보니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 사이였어.-ㅂ-
왕궁 쪽에서 카오리가 먼저 히데에게 말을 걸었는데, 첨엔 카오리가 여행사 삐끼인줄 알았대.
그럴만도 한 것이 카오리가 굉장히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은 편이라...
나도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너무나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그녀 덕에 금새 친해질 수 있었어.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고...내 옆엔 벨기에 가이가 앉았지.
차가 덜컹거릴때마다 끈적끈적한 팔이 스치는데...너랑 팔이 스칠 때마다 skin이 너무 soft해서 기분이 좋대나.
컥. 이상한 넘인줄 알고 경계 시작.
근데 알고보니 꽤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었어.
벨기에 가이가 그러는데 캄보디아 국경에서 시엠립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이유는, 시엠립 공항 주인이 이 길의 주인이기 때문이라더군.
시엠립까지의 도로 사정이 좋으면 사람들이 굳이 비싼 돈 내고 비행기를 안탈테니까 말이야. 일부로 뜨악 지경의 비포장도로인 채로 내버려 둔 거야.
오랜 내전과 부정부패, 캄보디아의 실상은 굳이 파헤쳐보려고 하지 않아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오히려 나중엔 일부로 외면하고 싶어질 지경이지.


몇시간 달리다가 끝도 없이 붉은 땅이 펼쳐졌어.
시소폰.
그 마을의 이름은 시소폰이었어.
그렇게 붉게 타오르는 땅은 처음이었어.
마침 저녁 노을이 질 때라 더욱더 활활.

 


시소폰의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게 되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

감동이다.
아름다워.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언젠가는 꼭 시소폰의 붉은 땅을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할 지경이었어.
땀범벅이 된 스커트에 콜라를 쏟아서 끈적끈적 먼지투성이 때국물이 흐르고 있는 참담한 상황에서도 날 웃게한 그 땅!

시소폰.

잊지마. 그 이름.


다시 길을 떠난 우리의 판타스틱 하드보일드 미니버스.
밤이 깊어 내 옆자리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 지경.
헤드라이트 안고쳤으면 어쨌을까 싶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고 3초 간격으로 한번씩 번개도 때려주시고.
맙소사. 카오리랑 히데가 앉은 앞자리는 천장에서 비가 새는 바람에 뒷자리에 간이 의자를 놓고 옮겨앉았어.
난 그 와중에도 망가진 창문을 붙들고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고 있어야 했어......Orz......

덜컹덜컹.

난 버스가 웅덩이에라도 빠진다면 어둠 속에서 비 맞으며 버스를 밀어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됐지만, 벨기에 가이는 그럼 더욱 더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며 웃더군.
아. 그래. 그런게 추억이지.
내가 원한게 이런 모험 아니었던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사고는 없었지만.
중간에 어느 마을에 잠시 들렀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마구 뛰어와 차에 달라붙었어.
"마이 쁘렌드~" "웨어아유뿌롬~?" "유아쏘~뷰리뿔~" 등등, 천사같은 표정으로 영어를 마구 날리면서 팔찌를 나눠줘. 프리라고. 기프트라고.
프리 절대 아니삼. 팔찌 받자마자 달러를 부르기 시작한다.
돈을 안주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어.
벨기에 가이가 호되게 당했지.


이건 정말이지 전초전이었어.
너무 많은 아이들이 이런 생활에 길들여져 살고있어.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찾기가 더 힘들어서.
결국엔 외면해버리게 되는 현실.
마음 아팠던 처음은 지나가버리고, 알량한 죄책감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고마는.
(게다가 캄보디아 아이들은 너무너무 예쁘게 생겼다고. 그 똘망똘망한 천사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무튼 그렇게 고된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시엠립에 도착!
모두들 죽을 것 같이 피곤한 표정에 죽을 것 같이 행복한 표정이 묘하게 겹쳐 흐느적흐느적.난 미리 카오리랑 히데랑 같은 숙소에 묵기로 말해놓은지라, 셋이 방을 보고 있는데, 처음 간 숙소는 3인실.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 우리 셋이 3인실 쓰면 할인해 주겠다고 꼬셨지만 -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 아무래도 불편해.
결국 두번째로 찾아간 게스트 하우스에서 카오리랑 나랑 2인실을 쓰고 히데 혼자 독방을 썼어.
처음 간 곳보다 저렴하고 방도 나름 깔끔해서 만족. 하루에 3달러면 무지 싼거지 머.
물론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에어콘이 없다!!
물에선 쇳냄새가 난다!!
도마뱀이 사방팔방에 기어다닌다!!



카오리와 함께 쓰던 2인실. 우측 하단은 카오리 다리. /흐흐


하지만 3달러잖아. 완전 사랑해야지. 3달러짜리 숙소는.
덕분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찬물에 샤워하고 쇳내 나는 물에 샤워해서 피부병 걸리고 도마뱀과 눈 마주치고 웃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구. /흐흐.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
이제야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 들었거든.

숙소 1층 바에서 히데, 카오리와 맥주를 두 캔씩 먹고 다음날 일정을 짰어.
수다도 떨고.
두 사람은 배낭여행 베티랑들이었고, 나만 초짜였어.
초짜 주제에 혼자 캄보디아를 왔다고 하니까 무척 놀라더군.
내 눈엔 전세계를 혼자 쏘다닌 그대들이 더 놀랍소.
본받고 싶어요. /아잉


피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맥주 두캔을 마시니 거의 기절 상태로 숙면을 취할수 있었어.
그렇게 맛있게 잔 잠은 그 전에도, 당분간도 없을 것이야......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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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5일 월요일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은 너무 피곤해서 - 게다가 친구들도 있어서 - 거의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이제부턴 순전히 나의 덜떨어진 기억력에 의존해서 써야해. @_@
전날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피곤함에 기절 상태로 자버렸는데, 너무 곤히 자서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도 무척 개운했어.
1층으로 내려가보니 오토바이맨(호텔 소속 가이드라고 해야하나...)들이 기다리고 있네.
히데는 벌써 새벽에 일어나 혼자 투어를 가버렸고 카오리와 나를 노린(?) 두 명의 오토바이맨이 우리를 맞이해주었어.
얼떨결에 나는 재키의 오토바이에, 카오리는 나오키의 오토바이에 올라탔지.
다행히도 나의 재키가 더 잘생겼고 말수도 적고(이거 중요) 친절했다. 후훗.


앙코르와트 3일짜리 티켓을 끊고 다시 쭈욱 달리니 마음을 설레게하는 대문이 나오네!
사실 아직도 사원 구도를 잘 모르겠어. 사원들끼리 이어져있는 건 분명한데 와방 길치인 내 머리 속엔 도저히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


 
앙코르톰으로 들어가는 입구. 갈 때 어리버리 지나쳐서 돌아올때 재키에게 부탁하고 잠시 멈춰서 찰칵.



사면이 얼굴이야. 이제 이런거 대따 많이 볼 수 있다.


앙코르톰이다...얏호.
맨 처음 우리를 압도한 것은 바이욘.




어처구니없는 사진 각도 때문에 돌무더기처럼 나왔지만 실제로는 멋있으셔.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반듯반듯한 네모문이 이어져있어요.



어느 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오 나의 여신님.



이런 벽만 보면 찰싹 달라붙어보고 싶어져.



같이 사진 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