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미술관을 나왔더니 이미 어두컴컴해지고 8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다양한 억측과 난해한 유머로 예상보다 유쾌한 관람을 한 우리...... 쉴 틈도 없이 곧장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직행.
모네전을 보기 전에 진중권 교수님의 인상파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서 살짝 옮겨볼까한다.
수련을 그리기 몇 년 전에 모네는 루앵 성당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만 그린 게 아니라 같은 건물을 여러 번 반복해 그리고 있었다. 왜? 인상주의의 신조에 따르면 색이란 반사된 빛이다. 그런데 빛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따라서 성당의 제 색을 표현하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을 좇아서 여러 번 그릴 수밖에. 그래서 그는 아침, 점심, 저녁의 성당을 그렸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성당을 그렸다.
사물에 고유색이 있다면 여러 색깔의 작품들 중에서 루앵 성당의 색조에 가장 가까운 것을 하나 고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고유색'이 없다면, 어느 게 루애 성당의 색조에 가장 가까운지 말할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회화의 진리가 재현의 올바름에 있다면, 저 다섯 개의 그림들은 모두 옳다. 저들 사이에 위계질서란 있을 수 없다. 루앵 성당의 본 모습은 하나의 그림 안에 남김없이 현현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차이의 놀이 속에, 말하자면 조금씩 달라지면서 이어지는 저 무한한 계열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루앵 성당 연작을 직접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이런 차이의 놀이는 지베르니에서 쏟아져나온 수련 연작에서 절정에 이른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단 하나의 소재, 수련을 가지고, 계절과 날씨, 햇살의 미묘한 차이,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를 쉼 없이 창조해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존경스럽다. 과학자의 인내심과 탐구 정신, 예술가의 몰입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사실 모네전을 볼 때 쯤은 이미 두다리가 패닉 상태였고 쉬엄쉬엄 보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던 데다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ㅅ- 어쩐지 머리 속은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일부러 제목을 안써놨는데,
위에 그림은 <수련이 있는 연못>이고, 아래 그림은 <일본식 다리>이다.
매직아이를 하듯이 실눈을 뜨고 초점을 흐리게 하면서 본다던지,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제목과 비슷한 형체를 얻을 수도 있다.
시력이 망가졌을 거라고 자뭇 진지하게 웅얼거리시다가...
백내장 선고를 받았었다는 오디오 가이드 설명에 무릎팍무릎팍~ㅎㅎ
시력이 안좋은 시절의 또다른 그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장미나무 길과
서늘한 녹음이 지던 장미나무 길.
마치 어떤 장면을 회상할 때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처럼
선명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
물론 샤방하고 친절한 그림도 없는 건 아니다.
빛은 모네의 눈을 통해 때론 납득할 수 없는 형태로 그려지기도 하고,
때론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그려지기도 한다.
아래는 납득할 수 있는 형태들......-ㅅ-
"이 곳은 훌륭한 요리사 폴 영감의 식당으로 과일 타르트가 유명한 집이라오.
여기처럼 과일 타르트가 싸고 맛있는 곳은 아마 없을 거요."
- 모네
이 그림, 재미있다.
모네가 일생에서 가장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표현한 그림으로 알려졌다는데,
그만큼 색감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요즘 같으면 디카로 찍어두면 그만이지만......ㅎㅎㅎ
맛있는 상태를 기록해두고자 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한 욕구인가......-ㅅ-
모네가 브르타뉴 지역의 벨일 섬에 머물렀을 때,
폴리는 화구와 캔버스를 옮기거나 그림의 소재가 될 만한 장소를 물색하는 일을 거들었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투박한 정겨움, 정직함, 고집, 순수한 연륜 등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마무리도 진중권 교수님의 인상파 강의 내용을 인용하며 해볼까나.
<빨간 스카프를 두른 모네 부인의 초상> 외에 다수의 작품에 나오는 첫 번째 부인 까미유 동시외는
출산 후유증과 경제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32살에 생을 마감한다.
그나저나 베니스도 저 닭둘기들은...... ;ㅁ;
까미유 동시외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렌지옵 동의 없이 뽑은 내 맘대로 모네전 베스트는.......
짠~
아마도 모네에게 까미유의 모습은 영원히 이 날의 잔상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추억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던 모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가장 슬픈 회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모네 할아버지 사진 보다가...
그래... 그래도 사진하면 마그리트 아저씨지....
...라고 웅얼거리며 난데없이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ㅁ;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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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보내주신 것 보고 왔습니다. ^^
저도 윗부분.. (백내장 이야기) 오디오 가이드에서 듣고 무릎을 쳤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다.
트랙백 보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안된다고 나오네요~
헛...
저도 지금 확인해봤는데 정말 안되네요.. ;ㅁ;
티스토리 고객 센터에 문의 올려놨어요... /흑
열심히님~
임시 방편으로 트랙백 되도록 수정은 되었네요... ;ㅁ;
전 미술과 예술에 대해 무지한데 좋은 정보들이 많은것 같네요.
자주 들러 부족한 지식을 채워봐야겠습니다. ^^;
저도 엄청 무지해요...... /후우
푸훕, 글이 넘 유머러쓰해요. 재밌당, 어려운 주제일것 같은데 전혀 거리감 안느껴져요. :)
모네는 자기만의 눈을 가진 화가군요.. 점점 변해갔지만. 저도 그러고 싶긴해요. 점점점 바까지는 눈.
세잔느가 모네는 가진 것이 눈 밖에 없지만, 그 얼마나 대단한 눈이냐고 말했다죠..ㅎㅎ
정말 지~대로 된 모네전 리뷰이네요.^^ 저는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지라 슥 둘러보고말았는데...이햐...정말 잘 읽고 가요.기간을 혹여나 연장한다면 다시 꼭 가보고싶어집니다.
곧이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고흐전도 하던데요.. ^^
고흐는 일상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다지 설레이지 않았는데 <반고흐에서 피카소까지>전시회에서 고흐 터치를 직접 마주하니 가슴이 쿵쾅거리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반고흐展도 너무나 기대되요...!
고흐의 유명한 작품은 다르 ㄴ전시회로 마실을 간건지 못보고 왔지만 그외 작품은 프랑스 갔을 때 루브르박물관에서 보고왔어요.^^그림을 몰라도 고흐는 워낙에 좋아하는 화가라...섬연라라님 말씀대로 설레고 가슴 쿵쾅대고...^^;암튼 11월에 한국에서도 한다고 저도 들었어요.꼬옥 가봐야겠다하고있어요..흐흐^^
저같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시는군요. 종종 들러서 좋은 글 보고 가겠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같은 대상도 어느 순간에 어떤 식으로 노출을 주느냐에 따라 무한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거든요. 모네가 한 작품을 게속해서 바라보고 작품을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대상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 애정이 대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사진도 자신이 애정을 담은 피사체는 정말 흐뭇하게 나오죠.
예전에 정일성 촬영감독님이 <서편제>를 찍을 때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같은 자리에서 열 시간이 넘도록 타이밍을 기다렸다고 하셨던 인터뷰가 문득 떠오르네요.
앗. 어쩌나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못갔었는데... 이렇게 여기서 재미있게 적어주시니, 잼나게 보고 갑니다.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에요~
Evelina님 블로그 갔다가 유재석 삼바~ 보고 아하하핳하하하핳하...웃다가 왔습니다. ^^
안녕하세요~보내주신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저 과일 타르트 참 인상깊게 봤어요.
음...제 친구랑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타르트'가 있더라구요. ㅋㅋ
타르트 타르트 거리면서 비싼 돈(ㅜ.ㅜ)주고 사먹고 왔어요 ㅋㅋㅋ(이게 다 모네의 탓이예욧!!)
재밌는 글 잘 보구 갑니다 ^_^//
아아~ 저도 타르트 먹고 싶어요~ +_+
먹음직스런 타르트에 향긋한 커피 한잔!
와아 재밌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_^
저도 랑이님 공연 리뷰 읽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해요..ㅋ
10월엔 저도 오랜만에 사운드데이 한번 떠야겠어요. +_+
헤헤, 섬연라라님덕분에 공부하게되었답니다. 고마워요. :)
저야말로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Screenager님 블로그는 정말 사유하는 블로그랄까, 한숨 쉬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모네전 꼭 가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못가게 되었어요 ㅠㅠ
그래도 이렇게 접하게 되어서 넘 기쁘네요 ^^
글 참 읽기 편하게 잘 쓰셔서 잘 읽고 가요~
모네전 못가서 그런지 고흐전 기대되는걸요~
저도 고흐전 기대 가득이랍니다..ㅎㅎ
11월부터 여기저기 새로운 전시가 시작되는 것 같아서 들떠있어요. ^^
그림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미안을 가지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전 사실 그림? 미술? 여기엔 좀 많이 부족해서... ^^
저도 많이 부족합니다..^^;
일부러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제가 아는 한에서 감상을 적었을 뿐인걸요.
LoveBlues님 사진 보면, 미안에 있어선 남 부럽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ㅎㅎ
백내장.. 아.. 그렇네요.
뿌옇게 잘 안보인다던데.. 그런 시력이면
그의 눈엔 이렇게 보였겠네요..
정말 읽기편한 리뷰였습니다.
지나가다 잘 보고갑니다. ^^
저도 실예 네가드 좋아하는데...
chowchow님 블로그에서 뮤비까지 덤으로 잘 감상하고 왔습니다. ^^
서울엔 정말 좋은 미술관들이 많군요...
제가 사는 곳엔 미술관이 있지만은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대다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저도 고향이 시골이라 그런지,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생활이 너무나 감사하네요. ^^ 하지만 시골은 문화 생활 대신 또 다른 맛이 있죠. /후후
역시 IE가 글씨체를 제대로 살려주네요. 비밀번호 누르는 거에 감동 먹었잖아요. 사랑스러운 별표라니 헤헷.
'진중권 교수님'의 인상파 강의... 우리가 아는 그 진중권교수님이 맞는 거죠?
그래서 더 꼼꼼히 더 자세히 읽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림 보는 걸 좋아하는 제 눈에는 모네의 그림중에 '수련'이 좋더라고요. 불친절한 그림은..... ^^
그나저나 과일 타르트. 제가 맛본 타르트는 한입 베어물면 설탕물이 좌르르르..
단걸 좋아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오우 그 달짝지근한 맛은 많이는 못 먹겠더라고요
모네님이 저리 이야기하시니 흐흐 저 집은 어떤 맛이었을까 싶은 생각에..
여기 댓글 주절주절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군요 줒 <- 별표 맘에 들어요!
네~ 근래 디워 소동으로 급작스레 더욱 유명해지셨죠.../쿨럭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도 오르시고..ㅋㅋ
안녕하세요...우아..+_+ 쭈르륵 내려가면서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이렇게나 불친절해 지셨어!! 대목에서 갑자기 크하하하 웃음이..쿨럭;;
너무 잘 읽었습니다>_<
요즘 미술관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뜸했었는데...ㅠㅠ
열릴때 가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후훗
이글씨체 안그래도 seevaa님께 받았었는데...크흑 유혹이 강하네요..너무 이뻐욜~
저도 하루에 몰아서 관람하다보니 시간에도 살짝 쫓기고 다리도 아프고... 평소 틈틈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뼈저리게 했지요. 그래도 전시 끝무렵에 가면 도록 할인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ㅎㅎㅎ
저는 모네전에서 이벤트 하는걸 보고, 신청했다가 공짜로 다녀왔던 케이스입니다.
당첨 안되도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앞에서 대여해주는 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ㅎㅎ 혹시 이벤트 당첨이라면 필그레이님 블로그에서? ^^
아닙니다.
싸이월드에서 모네 그리기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다른 전시회에서도 오디오 가이드가 좀 있었으면 좋겟어요 ㅠ_ㅠ;
도슨트도 운영 잘 안 하면서 ㅠ_ㅠ;
우아~~ 엄청난 댓글~의 압박~!! ㅋㅎ
뒤늦게.. 저도 모네전 보고 왔었는데요.. 워낙 미술에 무지해서 인지..??
엄청 잘 보고 왔습니다.
참 대단히 부지런하고 열정이 가득한 모네 할아버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무엇이든 저렇게만 한다면 후세에 인정 받을 수 있을 꺼란 나름의 감상평을 남겼답니다아~
무엇보다 비오는 날 미술관이 참 좋았다는.. 차먹고 놀다와서 더 좋았나? 하는...ㅋㅋ
여튼 후기 열심히 잘~ 보고 갑니다아~ ^^*
간밤에 비가 온 듯 한데.. 그러게요. 오늘같은 날 미술관 갔다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정말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