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에게는 이곳이 믿는 이들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자신들의 몸뚱이를 던져 버리는 것일까.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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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에게 매우 고독하다고 말하셨고
그 말에 이어서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말은 진부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진심이었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것이고
그것은 다르게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댁에 찾아갔을 때 나는 얘기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 공감을 완전히, 또 순수하게 갖지 못하고 있고
또 언제나 가질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나보다도 훨씬 연상이고 또 현명합니다.
나는 당신의 일에 대해 커다란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이 제게 베풀어 주신 우정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당신은 나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나를 수줍어 하는 어린 처녀로 만들면서
동시에 성숙한 여인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발 내가 그 둘 중의 어느 하나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나는 자유롭게 있어야만 한다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분명히 알고있지 않습니다.
나는 몇 백 개의 가능성이 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모든 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직 미정이고
아주 시초에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무엇에 나를 고정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나를 아직 모릅니다.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루이제 린저라는 이름은 항상 나의 열세살을 떠올리게 한다.
매일 밤 그녀는 '니나'라는 분신으로 날 자극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것 만으로도 급우울이 시작되어 피하고 있었지만, 이 책이 아직도 나를 매혹시키는 부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듯 하다.
그녀는 더 이상 나의 멘토가 아니지만, 흘러간 롤모델 치고는 상당히 아름다운걸.
복고풍의 정신이 나를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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