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Once)와 샤갈
from
Art Essay 2007/11/20 22: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에 관한 한 가장 믿음직스러운 정보는 바로 입소문이 아닐까 합니다. 원스(Once)는 영화 포스터나 스틸샷만 보고는 개인적으로 전혀 끌리지 않을 영화였지만, 여기저기서 서서히 쌓아나간 좋은 평들의 무게에 덩달아 호감도가 더해진 작품입니다.

영화는 뮤지컬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반을 음악으로 채우고 있으며, 그게 전혀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않을만큼 아름다운 곡들로 관객을 매혹시킵니다. 배우들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존 카니라는 낯선 감독의 이 독특한 재주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런 감독과 배우와 음악이 어디 있다가 터져나온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자체에서는 '음악'이 관객에게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지 모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음악은 결코 어떤 수단으로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음악은 예술도 아니고, 현실도 아닙니다. 그저 음악, 그 자체일 뿐입니다.

남자는 자신을 버리고 런던으로 떠난 옛 애인을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에 담고, 여자는 자신과 어린 딸을 저버린 남편에게 거부당한 아픔과 미련을 독백처럼 노래합니다. 그들의 멜로디와 가사는 우리의 깊은 곳 섬세한 부분을 톡톡 건드리며 우울과 희망 사이를 왕복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끝까지 노래하지 못한다.


사실, 영화 초반에는 왠지 그들이 계속 잘 해나갈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엔, 주어진 상황이 너무 열악하고 불리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이 화합되는 어느 지점에서부터 영화는 행운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알고보니 은행 매니저가 음악 마니아여서 음반 경비를 대출 받을 수 있게 되었다던가, 거리 연주가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녹음에 참여해준다거나, 녹음실 프로듀서가 그들의 음악에 반해서 열정적으로 감독해 준다거나 하는, -기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행운들이 차례대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음악'으로 인해 사심없이 주인공을 돕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어야 할 흐뭇한 상황이긴한데, 꿈 꾸듯 음악에 홀려 겨울 바닷가에 도착한 정점에서 저는 그만 의심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빛나는 웃음이 뒤덮은 해변의 풍경은, 주인공의 옛 애인의 모습이 담긴 아련한 동영상 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으니까요. 어쩌면 주인공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착한 마법이 펼쳐진 것은 아닐까, 그 곳은 행복으로 점철된 상상의 바닷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샤갈을 떠올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샤갈의 어떤 특정 작품이 연상된 것은 아닙니다. 일단 음악,하면 가장 먼저 샤갈이 떠오릅니다. 딱히 그가 작품에 악기를 많이 그려서라기 보다는, 그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사방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거든요. 그가 감성을 그리고자 한 작품들은 정말 그저 순수하게 우리의 느낌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외로움, 음악, 환희, 자유로움, 고통, 순수, 그 모든 것들을, 그도 역시 우리에게 설명하려 하지 않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샤갈은 그 이전의 숭고미라던지 변주의 실험 추구 등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꿈의 색을 입혀 빚어낸 작가입니다. 왠지 그의 그림에는 평론가의 비평보다는 시인의 낭독을 바쳐야만 할 것 같아요. 음악을 듣고 꿈을 꾸듯이, 그렇게.  결국, 우리가 이 힘든 현실에서 절망을 멀리하는 방법은, 꿈 꾸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울바다에서의 그들처럼...... When your mind is made up.....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 남녀 주인공이 이 영화로 만나 실제로 커플이 되었다던데,
그렇다면 진정 해피엔딩이군요.
짝짝짝~ 'ㅁ'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Stephan 2007/11/21 01: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다 떠나서, 이 영화에 대해 글렌 핸사드가 마케타 잉글로바를 꼬시기 위해 남자주인공역을 맡았다는(그리고는 마케타 잉글로바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죠) 음모론을 지지하고픕니다-_-...

  2. BlogIcon 사핀 2007/11/21 0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라라님 블로그와서 두번째로 읽는 영화 리뷰인데..
    정말 잘쓰시네요 ㅠㅠ. 그나저나.. 색계도 아직 못봤는데
    이건 언제 봐야하지 -_-+

  3. BlogIcon GoldSoul 2007/11/21 11: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샤갈의 그림이랑 원스의 느낌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색,계의 쉴레 그림도 그랬구요.
    영화에 꼭 맞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라라님의 비범한 능력, 부럽습니다.
    저도 트랙백 남기고 갈께요. :)
    그리고 이 글씨체 참 예뻐요. 중간중간 별모양이 보이고.

  4. BlogIcon 너나들이 2007/11/21 13: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판타스틱클라라님이 제가 영화에서 받았던 감동을 잘 표현해 주셨네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그저 음악이지만 묘한 감동을 이끌어 내더군요.

    배우들의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 너무 진실되 보이더니 결국 사귀기로 했나 보군요..ㅎㅎㅎ 저도 짝짝짝~

  5. BlogIcon 1004ant 2007/11/21 20: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속 배역 이름도.... 여주인공 아들역 말고는 없었다죠.... 엔딩크레닛 올라갈때... 그 중 배역이름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6. BlogIcon 나이트엔데이 2007/11/23 01: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볼 타이밍을 놓쳐서 아쉬워요 DVD로라도 봐야되는데

  7. BlogIcon 호밀 2007/11/23 14: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이 영화 전혀 관심 없었는데 주위에서 괜찮다, 특히 음악이 최고다! 란 말을 많이 들리네요 :)
    한번 봐야겠어요-

    마지막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 BlogIcon 섬연라라 2007/11/24 20:21  address  modify / delete

      샤갈이 결혼하기 전 자신의 생일에 꽃을 들고 찾아온 부인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라죠.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이에요. ㅎㅎ

  8. BlogIcon 〔 道 〕Ratukiel 卍 2007/11/26 18: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말들이 많아서 다운 받아놨긴 했는데 볼 기회가 없군요. 어서 봐야할텐데 말이죠.

  9. BlogIcon 크레아티 2007/12/03 13: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섬연라라님도 원스 보셨군요!^^
    다른 블로그 갔다가 트랙백 보구 알았어요~;;
    샤갈의 그림과 연결시켜주시니까 넘 신선하네요 ^-^*

    전 오늘 하루 종일 머리속에 you call~call~ 요 부분이 돌아다녀서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있답니다 ㅠ_ㅠ